출판 공동제작 co-production (혹은 co-editioning)
어린이 책이나 기타 4도 칼라 책을 저작권 계약을 하려다 보면 가끔가다 공동제작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게 됩니다.
그게 뭐냐? 라고 물론 물을 수 있지만 모르는 것을 모두 묻는 것보다는 적어도 출판의 기본적인 것은 상식적으로 아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 훨씬 더 professional해 보이기 때문에 (그리고 좋은 인상을 주기 때문에) 공동제작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는 척을 하실 수 있게 아래에 적어 보겠습니다.
(혹시 보강할 점이 더 있다면 지적해주시면 최대한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professional 해보이기 위해서 저희 웹사이트를 안보신 척 해도 전혀 상관없습니다.)
일반적인 저작권 흥정과 달리 공동제작 제안이 들어오면 대략 다음과 같은 것을 제안 받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어느 한 해외 저작권사가 XXXX라는 책을 제작하기 위하여 전세계 여러 출판사들과 공동제작 계약을 맺고, 각각의 희망 제작 수량을 취합합니다. 그래서 1년에 적을 때는 1번, 횟수가 많을 때는 1년에도 여러 차례 한번에 몇만부 (예를 들면 한국 2000부, 일본 5000부, 싱가포르 5000부, 스페인어 5000부, 독일 5000부 등 각자 자기말 번역을 동일한 그림판위에 얹고서) 씩 찍어내죠. 보통 싱가포르, 홍콩, 혹은 요즘 중국에서 점점 더 많이하는데, 질은 조금 떨어지거나 비슷하고, 경비는 보통 우리나라에서 자체 제작하는 것보다는 약간 비싸다고 하는데, 어느정도 차이 나는지는 그때그때 확인해봐야 합니다.
장점은 제작을 해서 갖다 준다는 점입니다. (번역해서 글만 정확하게 책의 그림 피해서 맞게만 주면 됩니다. 이게 그닥 장점이냐고 생각하시면 그럼 솔직히 장점이 없다고 보셔도 될지도….) 물론 유럽의 대다수 출판사들은 공동제작이 훨씬 더 저렴하다는 막강한 장점이 있지만 우리에게는 그게 장점은 아니겠죠.
단점은 제작 단가가 국내에서 자체 제작보다 비싸다는 점과 재고에 대해서 항상 예측하고 신경써야 한다는 점입니다. 공동제작을 하게 되면, 일단 다른 저작권 계약과 같이 마찬가지로 계약서를 씁니다. 이 경우는 선인세만 내는 것이 아니라 인쇄하는 부수의 (보통 2000-5000부 사이) 절반 정도 내고, 제품 다 받으면 나머지 잔금 지급합니다. (혹은 계약할 경우 보통 계약서 사인시 1/3, 필름 주고 제작들어갈 때 1/3, 그리고 책 인수하고 난 후 즉시 혹은 몇 달 뒤 나머지 잔금을 지불하기도 합니다.) 책의 제작가를 전액 지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추가의 인세 지급은 없습니다. 단, 판매보고를 요구하는 곳도 더러 있는데, 보통은 재고가 소진되어 다음 판 찍을 때까지 안하는 곳들도 있습니다. (각 건 계약서를 확인해야 함)
번역 및 표지/내지 글 얹히는 컴퓨터로 디자인하는 작업은 국내 출판사가 합니다. 완성이 되면 CD나 웹하드로 저작권사에 파일을 전달합니다. 저작권사는 정해진 날짜에 제작해서 사전에 약속한 방식으로 제품을 인도합니다. 보통 저작권 계약과 다르기 때문에 주의할 점들이 있다면 아마도 아래의 사항들이 대표적인 것들일 겁니다.
환율: 환율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예산을 세울 때 계약시점과 잔금 지급시 환율이 변동할 것을 감안하여 계획을 세워야 하며, 환율이 요동치는 시기에는 각별히 조심하는 것이 좋습니다.
송료는 누가 부담할 것인가? 공동제작하면 FOB (free on board 혹은 freight on board) 라는 단어를 많이 듣게 되는데, FOB Hongkong 이라고 하면 Hongkong에 있는 항구의 배에까지 책을 실어주는 비용은 제작사에서, 홍콩에서 귀 출판사까지 오는 운송 및 통관 비용은 귀사에서 부담한다는 뜻입니다. 보통 공동제작하는 책들은 종이도 무겁기 때문에 이것도 미리 견적을 잘 받아서 신중하게 계산을 해봐야겠죠. (FOB 외에 다양한 조건들이 있으니 혹시 생소한 조건을 듣게 되면 당황하지 말고 잘 공부하시면 됩니다. 왠만한 것은 http://en.wikipedia.org/wiki/Incoterms 에 가시면 다 설명되어 있고, 모르는 것은 네이버 뒤져보시면 다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추가 제작의 문제: 만약 초쇄 공동제작하여 받은 재고가 소진될 경우 시기를 잘 맞추어야 책이 장기 품절되지 않고 연속성을 가지고 판매할 수 있습니다. 재고에 대해서 신경을 쓰고 예측을 잘 할 필요가 있겠죠. 보통은 저작권사가 자기네 일정을 세우고 계약한 출판사들에 공지를 하는 방식이지만, 인쇄부수가 어느 정도 충분히 되면, (2-3개국어가 되든 1개국어라도 충분한 인쇄부수가 되면) 그냥 바로도 제작해주기 때문에 일단 여러가지 가능성을 항상 고려하고 최대한 다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단 이러한 사항들은 반드시 원하는 대로 관철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안된다는 통지를 받을 때 무리하게 요구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공동제작 계약서를 쓰면서 초쇄는 공동제작을 하고 이후 추가 쇄는 필름이나 Cd를 구매해서 자체 제작하는 조항을 option으로 넣을 수 있는 저작권사가 있기 때문에 원하는 경우 이러한 것이 가능한지 협상때 함께 확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